숲요일

수나가 제안을 합니다. 
언니 수요일마다 숲에 가는게 어떨까?
평범한 수요일을 특별한 숲요일로 바꾸자.

수나의 제안으로 평범한 수요일에 ㅍ하나를 더 붙여서 특별한 숲요일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숲요일은 작업한다고 컴퓨터앞에 있지 않고 도시락을 싸서 숲에 가는 날입니다.
숲에 가면 작업실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고를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으니 어쩌면 저에게는 더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요일이 될 것 같네요.

사실 첫날은 이렇게 좀 즉흥적으로 갔습니다.
가만 보니 이날처럼 점심도 여유롭게 먹고 회의도 잠깐 하고 프린트도 하고 나서도 갈 수 있는 숲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이날은 유독 북한산 둘레길을 가고 싶어서 우이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천천히 북한산 둘레길을 걷습니다. 

요즘은 둘레길 붐입니다. 
정보도 많구요.
함께 걷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걷다보니 온통 등산 장비를 갖춘 분들을 만납니다. 
밀집모자에 편안한 신발을 신고 온 사람들은 우리뿐인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수직으로 오르는 산보다는 수평으로 걷는 숲길을 더 좋아합니다. 
수평으로 걷는 길은 정상이라는 목적을 나에게 요구하지도 않고 빠르게 가지 않아도 됩니다. 
등산이 남성스럽다면 숲길을 걷는 것은 참 여성스러운 일이죠.
수평의 지점과 지점의 둘레를 잇는 이런 숲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평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일듯 합니다. 

아무튼 둘레길의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모두 이곳에! 
(사실 이날 나에게 정보는 필요치 않았습니다. 숲은 정보를 습득한다고 알게 되는 곳은 아니니까요)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 둘레길  


숲을 가보면 이렇게 조용히 읽고 싶은 것을 가져와 독서를 하시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일본교토의 숲에 가서 나무를 그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만났던 것처럼 참 기분좋은 풍경입니다.


그런가하면 요즘같이 더운 여름 숲에가면 이런 할머님도 계십니다. 
바로 옆 계곡 물소리를 들으시며 난간을 한손으로 잡고 떨어지지 않게 누운자리를 잡으신 걸 보면
이런분이야 말로 동네숲을 한두번 다니신게 아닌듯한 강한 포스를 주십니다. 


또 그런가하면 숲엔 이런 소녀들도 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숲은 길 사이사이 마다 동네들이 연결되어있습니다.
이렇게 근처에 사는 동네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소녀들이 학교를 마치고 온것 같네요.
숲속에서 무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얼굴을 보니 기말고사를 망친것 같기도 하구요. 


숲속 작은 계곡물에 과일을 씻어서 갈증나는 목을 축입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아저씨 아주머니에게도 하나씩 드리기도 합니다. 
산과 숲에서는 낮선 서로를 경계하지 않는 관계로 변하는것 같아요.
저는 참 그것이 신기합니다.


나무도감을 가져오지 않아서 이렇게 모르는 나무들은 사진을 찍어 집에 돌아와 이름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작살나무>


<쭉 동백나무> 여름 열매는 그날밤 집에 들어가기 전 동네 단골 카페 사장님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사장님은 이걸 물을 넣은 긴 물병에 넣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예쁠것 같다고 말해드렸습니다.


숲에서 찾은 사랑의 열매


숲에서 나무들을 관찰하고 세심하게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즐겁습니다. 
이 나무이름이 뭐지? 하면서 무조건 이름을 알고 습득하는 공부보다는 
나무가 가진 무늬, 촉감. 색의 다양함, 소리, 향기, 숲이 주는 모든 감각을 발견하는 것이
저의 작업에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걷다보면 좋은 문구를 적은 푯말이 있습니다. 
수나는 프랑스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행복에 관한 문구를 누군가에게 전송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이모습을 보고  남자친구에게 전송하려는 순간, 밧데리가 나가버렸습니다.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려니.  -_-  )

걷는 코스로 따지면 3시간 코스도 안되는 곳이지만 이날 숲길을 4시간 30분이나 걸었습니다. 
우리는 걷다가 쉬기도 하고 
 

예쁜 모양을 가진 잎들은 조금 따와서 말려도 보고 


약수물도 받아먹고 계곡에서 손수건도 빨고 시원하게 발도 담그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중간에 만나는 숲과 숲을 통과하는 중간 지점에서 발견한 마을찻집 마주 이야기 란 곳에서
시원한 팥빙수로 더위를 식히고 북한산 자락에 터를 잡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소박하고 의미있는 삶을 우연히 엿보기도 합니다.   




언니 저것봐!
새들이 무리지어 함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어!



숲요일의 첫날 우리는 
8시까지 숲에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숲길에서 나도모르게 
<수나야 거기 잠깐 서있어봐!>

해가 지는 숲에 서있는 수나를 찍고 또 수나가 나를 찍고,
마음속으로 무언가 뜨겁게 올라오는 이 기분이 뭘까?

이러한 기분으로 숲에서 내려오는길 
너무나 익숙하고 유명한 시 - 푸쉬킨의 푯말을 보았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것 
현재는 슬픈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일년전 지리산을 바라보던 과거의 숲에서
떠올렸던 나의 미래를 떠올리니 
그것은 조금씩 지금의 현재가 되었습니다. 
차근차근 이렇게 자연스럽게 살게 되면 
오늘 숲에서 떠올리는 나의 미래는 
훗날 소중하게 기억될 나의 과거가 될것입니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것입니다. 




/
숲요일엔
오늘 걸은 북한산 숲길을 이어서 걷습니다.

숲요일에 함께 숲에 가실 수 있는 분은 
미리 저에게 문자를 주시거나 연락을 주시면
시간을 맞춰 함께 가실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산행이나 전문적인 트레킹 모임은 아닙니다. 

숲을 걸을 수도 있고
숲에 자료를 구하러 갈 수도 있고
숲에서 독서를 할 수도 있고
숲에 나무나 꽃을 스케치하러 갈 수도 있습니다. 

편안한 복장과 운동화면 됩니다. 
간단한 도시락과 물은 가지고 오시면 되구요. 

연락처
김미나 010 3208 9226




7월 6일 숲요일